그는 참 무난한 삶을 살아왔다. 자신의 재능을 먼저 알아봐준 어머니, 모든 물질적인 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아버지, 그리고 보란듯이 피어올랐던 재능. 무엇 하나 그에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그의 그 빌어먹을 재능만 아니었다면.​

​

 완벽하게 타인을 흉내낼 수 있는 재능. 그리고 이를 재구성하여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재능. 그것은 달리 말하자면 타인에게 쉽게 이입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갇힐 확률이 높은 것이기도 하다.

​

 어릴 적부터 멜리나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공부는 집에서 대체하여 또래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고 친분이 있는 이들 모두 극과 관련된 인물들이었다. 그녀는 오로지 연극을 사랑했고 극본을 써내려가며 배역에 빠져지냈으며 무대 위와 아래의 구분이 없었다. 말하자면 그의 세계는 오로지 허구의 세계가 전부였던 것이다. 결국 그는 올바른 관계를 가지지 못했으며, 점점 그의 세계는 좁아져갔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몽유병과도 같은 증세가 발현되었다.

​

 '당신을 위한 밤'을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지나치게 파격적이었던 그 극이 처음부터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몇몇 평론의 질타는 어린 나이의 그에겐 견디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당신을 위한 밤은 '그의 꿈에서 말미암았던, 자신의 세계의 정수라고 할수도 있는 작품이었다. 정면으로 제 자신을 부정당한 기분을 받은 그는 스트레스에 날로 취약해져갔고, 결국은 도피성으로 그의 주인공이자 페르소나, '에밀리'를 뒤집어 쓰기에 이른다.

​

 그리 심각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실제 '에밀리'의 작중 행동처럼 살인을 저지르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전적이 있은 후로 그의 부모님은 최대한 그를 상담사에게 데려가며 편안한 분위기만을 조성해주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자연히 그 당시의 기억은 멜리나에게서 사라졌다. 마치 꿈을 꾼 듯이.